그럴듯한 전문가에게 속지 마라 | 폭스 박사 효과 | 스마트한 심리학 사용법#5

폭스 박사(?)의 강연

1972년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마이런 폭스Myron L. Fox 박사가 미의과대학협의회 의학 교육 연구 학술 대회에서 '체육 교육에 적용한 수학의 게임 이론'에 대해서 강연을 펼쳤습니다. 폭스 박사는 단정하면서 진중했고, 자신감이 넘쳤으며, 힘 있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는 강연이 지루하지 않도록 유머와 경험담을 적절히 섞었습니다. 이 강연의 청중은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등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폭스 박사가 난해한 주제를 이해하기 쉽고 지루하지 않게 설명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강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째, 마이런 폭스는 박사가 아니라 전문 연기자였습니다. 둘째, 그의 강연 내용은 여러 과학 논문을 짜깁기한 허접한 원고였다는 것입니다. 그의 유머나 경험담도 즉석에서 지어낸 애드립이었습니다. 하지만 청중들은 강연에 대해서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심지어 청중들 중에는 게임 이론 전문가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폭스 박사가 연기자라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강연 내용보다 중요한 것: 강연자의 태도

이 실험을 설계한 사람은 도널드 나프툴린Donald Naftulin 의학 박사와 존 웨어 주니어John E. Ware Jr., 그리고 프랭크 도넬리Frank Donnelly 입니다. 이들은 교육자에 대한 학생의 평가는 교육 내용과 관련 없이 대개 인성 변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즉 강의 내용 자체는 학습자가 무언가를 배웠다는 느낌에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강의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재미가 없거나 권위가 없어 보이면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강의자의 표정, 태도, 자신감과 같은 요인에 크게 좌우됩니다. 이런 태도는 교육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쉽게 발견됩니다. 

폭스 박사 효과

권위를 드러내는 말을 섞어 쓰고 연출을 잘하면 사람들을 속일 수 있습니다. 이것을 '폭스 박사 효과Dr. Fox Effect'라고 부릅니다. 폭스 박사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 뇌가 게으르기 때문입니다. 뇌는 능동적으로 사고하는 것보다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걸 더 좋아합니다. 더 단순한 해결책을 찾고 싶어 하고 이것을 더 단순한 형태로 제시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뇌는 눈앞의 정보를 일일이 따지기보다 단순하고 빠르게 처리해 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뇌는 우리로 하여금 단순히 편견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비싼 정장을 입은 사람은 능력 있고, 학위가 많으면 지능이 높고, 남자는 논리적이고, 여자는 감성적이고, 흑인은 백인보다 폭력적이라는 등의 편견이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겁니다. 

우리는 권위에 취약하다

폭스 박사 효과는 소위 전문가 또는 권위자들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합니다. 정치가들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사안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고, 의사들은 마치 우리 건강에 대해서 전부 아는 것처럼 말하며, 기자들은 자신이 절대 틀릴 리 없다는 듯이 단호한 어조로 기사를 씁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말이 맞겠거니 생각하고 쉽게 동의합니다.

우리는 권위에 매우 취약합니다. 실제로는 의사도 종종 오진을 하고, 기자가 잘못된 기사를 쓰기도 하며, 유명한 사람이 쓴 책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전문가라고 해서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이러한 성향을 이용해서 더 있어 보이는 단어를 구사하고, 권위적인 태도로 불친절하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만약 이런 전문가를 만난다면 잘 이해하지 못했으니 쉽게 설명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폭스 박사 효과 활용하기

폭스 박사 효과를 알고 있다면 사람들의 편견을 살짝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콘텐츠가 질적으로 훌륭한데도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외모를 꾸미는 데 조금만 투자해 보세요. 어찌됐건 사람들은 멋진 복장과 세련된 모습, 그리고 당당한 태도에 무의식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게 사실입니다.

멋지게 꾸미고 자신감을 가지세요. 폭스 박사가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이 글은 폴커 키츠와 마누엘 투쉬의 『스마트한 심리학 사용법』을 참고해서 작성되었습니다. 책의 정보나 좋은 구절을 읽어보고 싶다면 아래의 링크를 창고해 주세요. 저는 매일 읽고 따라하는 딸아쟁이입니다. 감사합니다. 

·책을 구매하고 싶다면→https://coupa.ng/bkQhus

·책의 멋진 구절을 읽고 싶다면→인스타그램

·책의 주요 부분을 영상으로 감상하고 싶다면→유튜브